조선시대 왕들의 식습관과 수명

조선시대 왕들의 식습관과 수명

 

좀 전에 닥터쓰리님의 유튜브를 보다가 댓글에 조선시대 왕들의 식습관을 예로 들며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글을 보고

이 주제로 포스팅을 해봐도 재밌겠다 싶어 블로그 창을 열었다.

육식 또는 채식에 대한 내용에 꼭 저런 댓글이 한 두 개씩 달리는데,

이것 또한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그럴싸하게 쓰여 있으니 ‘헐 그랬구나!’ 싶을 수 있겠더라.

굳이 찾아보려 하지 않았던 과거의 나도 그랬고!

 

 


완전 비건은 몰라도 red meat을 최대한 적게 섭취하고 야채와 과일을 풍부하게 먹는 게 건강에 좋다는 건 이미 지중해식 식단과 블루존 식단에서 수없이 증명되었다. 완전비건을 하려면 비타민 B12와 비타민D와 오메가3를 꼭 보충해주어야만 한다.

현대인처럼 음식이 넘쳐나고 육체 활동이 적으면서 유전자가 비슷한 그룹이 바로 조선시대 왕들이었는데 총 27명의 왕들의 평균 수명은 50이 채 못되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유일하게 83세까지 살았던 영조는 어려서부터 고기를 싫어했다. 가끔 생선이나 가금류를 먹긴 했지만 red meat은 거의 안 먹었고 채식에 가까운 식습관으로 다른 왕들보다 30년 이상 더 살았다.

대부분 축구선수가 30대 중반전에 은퇴하지만 메시는 시즌 중에 거의 채식 위주로만 먹어서 36세 현재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다.


 

 

내가 본 댓글을 옮겨와봤다. 먼저, 첫줄부터 잘못된 정보다.

 

 

지중해식과 블루존 식단은 정확한가?

지중해식단

대부분이 알고있는 지중해식이란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메인으로 하는 식단으로

단백질은 흰 고기와 생선을 곁들이는 수준이라고 한다. 올리브오일을 섭취해 지방을 공급하고 통곡물을 먹는 것이 중요한 요소라고.

더불어 아몬드나 호두, 해바라기씨 등 다양한 견과류와 씨앗류를 자주 섭취하며 가공식품이나 정제된 음식을 최소화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중해 식단의 ‘대모’로 널리 알려진 아테네 의과대학 교수 안토니아 트리초폴로가

당시 그리스인들이 먹던 음식을 정량화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있던 중 접한 안셀키스의 7개국 연구에는

20세기 중반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식단 자료를 풍부하게 싣고 있었지만 사실

포화지방 섭취량이 적게 보인 이유는 보고서에 실리지 않은 ‘사순절 금식’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3분의 1이 동물성 식품을 제한하는 사순절 금식의 영향을 받았으며,

당시 크레타는 산업화되지 않은 경제에다 전쟁으로 심한 고초를 겪고 있어 육류가 부족해 힘겨워하고 있었다고 한다.

안셀 키스와 그를 따르던 지중해 식단 연구진은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크레타 섬의 식단이 심장 질환을 막아준다고 추정한 것이다.

 

더불어 크레타인은 적색 육류를 좋아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의 요리책이나 역사 문헌마다

그들이 가금류보다 양, 염소, 소를 더 선호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축제를 벌일 때 닭을 요리하지 않았다.

<일리아드>는 아킬레스가 오디세우스에게 저녁을 대접하는 광경을 묘사하고 있다.

“파트로클레스는 난로불 앞에 큰 탁상을 놓고 그 위에 양 한 마리와 살찐 염소 한 마리의 등 부위 고기와 라드가 풍부한 멧돼지의 등심 부위를 올려놓았다.”

 

이를 보면 지중해 식단 피라미드의 권고 사항은 실제와 정반대인 것을 알 수 있다.

분명히 1960년대의 크레타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우유와 적색 육류를 섭취했다.

추가로 크레타인의 식단에는 설탕이 거의 없다고 한다.

크레타인들은 신선한 계절 과일 외에는 디저트를 제공하지 않으며, 케이크는 거의 먹지 않았고, 파이는 아예 없었다고 한다.

안셀 키스의 7개국 연구에서도 ‘단 것’의 섭취는 다른 어떤 종류의 삭품보다 심장 질환 비율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알려져 있는 지중해 식단은 잘못된 정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블루존 식단

육류 소비를 최소화하고 많은 채소를 먹어야 한다는 블루존 식단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장수연구가인 댄 뷰트너가 처음으로 주목한 블루존인 사르데냐에서는,

유럽 임상 영양 저널에 발표된 2015년 연구에 따르면, 사르데냐의 산악 인구에서 특출난 장수 명소인 블루존이 확인되었는데

그들이 계곡에 사는 농부들보다 육류 소비가 더 많았고, 가축 사육에 의존했으며

동물 유래 식품 소비가 섬의 나머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오키나와의 경우에도 식물에 기초한 식단을 먹어왔다고 알려져있지만

사실은 주로 돼지고기와 라드 뿐 아니라 생선을 포함한 단백질과 지방의 식단 비율이 높다.

오키나와에는 불교의 영향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기 떄문에, 일본 본토와는 달리 고기를 많이 먹었다.

특히 아구라고 하는 토종 돼지를 길러오며 돼지고기 요리가 발달하였다.

소, 염소, 돼지로 이루어진 지역인 코스타리카의 니코야 반도 또한

2013년 이 지역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많은 니코야 사람들이 코스타리카의 다른 지역 주민들보다

더 많은 물고기, 더 많은 고기, 그리고 (라드에서) 포화 지방을 먹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스 이카리아의 블루존에서조차 포화 지방이 매우 높은 염소와 양의 유제품을 많이 소비하고

그리스 전역의 관습처럼 지방이 많은 양고기를 자주 소비한다.

 

총 육류 섭취량은 기대 수명과 연관되어 있다는 175명의 현대인에 대한 단면 데이터 분석도 있으니 한 번 살펴보아도 좋겠다.

 

 

 

 

 

조선시대 왕들의 식습관과 수명

그 다음으론 조선시대 왕들의 이야기이다.

위 댓글에서 언급된 영조는 1776년부터 52년간의 재위기간으로 가장 긴 재위기간을 가진 왕임과 동시에

조선시대 27명의 왕들 중 83세로 가장 오래 장수한 사람이다.

조선시대의 83세는 지금으로 따지면 약 100세 이상 살았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은 약 47세 정도로 60세를 넘긴 왕은

태조(74세), 정종(63세), 광해군(67세), 영조(83세), 고종(67세)으로 다섯 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혹독한 일과를 치러야 했던 만큼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조선시대 왕들은 장수하기가 쉬운 환경이 아니었다.

이러한 일과를 다른 왕들과 똑같이 보냈지만 영조만이 가장 장수하였던 비결은 무엇일까?

 

 

영조의 장수 비결

첫 번째 비결은 바로 ‘소식’이다.

보통 조선시대의 왕은 수라 세 번, 간식이 두 번으로 총 다섯 번의 찬선을 받는다.

영조는 다섯 번 받던 찬선을 하루 세 번으로 줄여 소식을 하셨다고 한다. 때때로 단식 또한 실천하며 자신의 건강을 지켰다고 한다.

 

두 번째 비결은 ‘규칙적인 식습관’

하루 세 번 받는 상차림의 식사 시간을 통일시켜 규칙적인 식습관으로 건강 관리를 했다고 한다.

 

세 번째 비결은 ‘채식’ 위주의 건강한 식사

기록에 따르면 육식을 즐겨 먹었던 세종에 비해 영조는 육식을 즐기지 않고 채식위주의 식사를 했다고 한다.

밥 역시 백미보다는 현미와 잡곡을 섞은 밥을 먹고 자신의 체질에 맞는 약초, 인삼을 꼭 챙겨 먹어 자신의 건강을 챙겼다.

 

네 번째는 ‘술 절제’

조선시대에는 술의 원료인 쌀이 부족했기 때문에 ‘금주령’이 자주 내려졌다.

이런 금주령을 역대 임금 중에서 가장 강력히 시행했던 왕이 영조였다.

금주령 때는 술 대신 생강차를 마시고 종묘에 술 대신 감주로 대신하며 절제했다고 한다.

 

마지막 비결은 바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영조는 재위 기간 52년 동안 총 7284회의 검진을 받았다고 한다.

월 평균 11회 검진을 받을 정도로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수했지만…

이렇게 보면 영조께서 노년까지 건강하게 지낸 것만 같지만, ‘영조 치매’라는 검색 키워드가 있을 만큼 그의 고생스런 노년은 유명하다.

영조 나이 67세였던 재위 37년부터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기록이 실록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고,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증상은 더욱 심해졌는데 영조 스스로는 이 증상을 치매라 생각하지 않고

소화기에 만성적인 지병이 있어 그로 인해 기억력 장애가 일어났다고 했다 한다.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보아하면 소화기에 만성적인 지병이 있는 것도 당연하고, 그렇게 장에 문제가 생기면 뇌까지 이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치매로 장수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치매 이야기는 쏙 빼고 장수 비결로 치매 걸리는 식단을 추천하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추가로 제 1대 왕 태조는 청심원을 다 삼키지 못하고, 중풍으로 74세에 승하하였다고 한다.

중풍, 즉 뇌졸중은 뇌혈관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의 섭취가 부족하면 암 발생, 기억력 소실, 파킨슨 병, 호르몬 불균형, 뇌졸중, 우울증, 자살, 과격한 행동이 증가한다.

오, 찾아보니 조선의 왕은 어떻게 죽었을까 라는 책에 태조 이성계가 우울증과 알츠하이머로 사망했다고 적혀있다.

 

 

 

 

고기 편식하는 세종?

고기 없이는 밥을 못 먹었다고 유명한 세종대왕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자.

“세종은 고기가 아니면 식사를 들지 못하니 내가 죽은 후에도 권도를 좇아 상중이라도 고기를 먹도록 하라.” 는 태종의 유언이 있었다고 한다.

세종은 실제로 허손의 병에 걸려 대신들이 고기 들기를 권했는데 허손이란 피로가 극심해 생기는 질병이다.

세종 4년 임금이 허손 병을 앓은 지 여러 달이 지났다. 병세는 점점 깊어 약의 효험이 없었고,

태종의 상중에 고기 없는 소찬만 여러 달 먹다 보니 음식물의 기가 부족해져 생긴 증상이었다.

대식가여서 고기를 많이 먹다 며칠 굶어 고기를 찾은 게 아니라

상중이어서 고기를 절제한 게 여러 달 되다 보니 원기를 보충할 목적으로 권한 게 진실인 것이다.

 

“내가 본디 병이 없고 늙지도 어리지도 않으니 어찌 감히 뒷날에 병이 날까봐 고기를 먹겠느냐.”

 

라는 세종의 말씀은 대식가라는 가설과 거리가 멀어보인다.

세종은 재위 초반까지만 해도 건강에 자신이 있었지만 29세였던 재위 7년에 이르자 관을 짜서 준비할 정도로 심한 병에 걸린다.

재위 초반 인간으로서의 세종은 참 불행했는데, 정종과 원경황후, 태종에 이르기까지 국상을 거의 연속으로 치렀다고 한다.

 

“평민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상제를 행하여도 3년 안에 병에 걸림을 오히려 면하지 못한다.

전하께서 소찬만 잡수시고 국정을 돌보면서 3년의 상제를 마치고자 한다면 병이 깊어 치료하기 어렵다.”

 

라는 대신들의 건의가 있은 게 재위 4년, 병이 난 시점이 재위 7년인 점을 감안하면 발병이 상례 끝에 맞춰진 셈이다.

 

또한 세종은 어려서부터 독서에 너무 열중해 추울 때나 더울 때나 밤새 글을 읽었는데

태종은 아들이 병이 날까 염려했고 밤에 글 읽기를 금지하기도 했다 한다.

거기다 유별나게 성실했다고도 실록에 기록되어 있으니 몸이 축나는 것은 당연한 바.

 

그리고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를 낸 정형외과 전문의 이지환 작가의 말을 옮기자면

세종이 당뇨로 고생했을 것이라는 근거가 몇 가지 있다고 한다.

일단 안구질환인데,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통증이 없다. 그러다가 갑자기 실명해서 위험한 병이다.

그런데 세종은 안질에 대한 고통을 여러 차례 호소했고, 또 증세가 좋아지고 나빠지길 반복했다.

이것은 당뇨병성 망막병증 증상과 다르다. 또 “살이 빠져서 전에 매던 허리띠가 헐거워졌다”라거나

“물을 자주 마시는 병이 있다”고 해서 당뇨와 연결하기도 하는데,

한국의 당뇨병 환자들은 콩팥(신장)이 망가져 신체 노폐물이 쌓이기 때문에 몸이 붓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세종은 이런 증상을 겪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실록>에서 세종의 통증은 50회 가량 언급되는데, 20대엔 무릎, 30대엔 허리, 40대엔 안질에 대한 통증을 많이 호소했다고.

가장 많은 게 눈병(12회), 그 다음이 허리(6회)이다.

젊은 시절부터 사신에게 예를 차리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하는데 이 모든 증상은 강직성 척추염과 연결된다고 한다.

허리 디스크 환자와는 또 다르게 척추에 염증이 생겨 허리뼈가 대나무처럼 뻣뻣해지는 병인데, 다른 관절과 장기에도 영향을 준다.

또 강직성 척추염의 가장 흔한 합병증은 포도막염이다.

이것은 눈에 통증을 유발하는데 어느 날은 눈을 뜨기 어려울 만큼 아프다가 어떤 때는 씻은 듯이 좋아진다고 한다.

 

강직성 척추염은 류머티스 관절염처럼 자기 면역세포가 자기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성 질환이다.

수면 부족에 운동 부족, 하루 다섯 차례 12첩 반상과 간식 등 호화로운 식단으로 온 비만으로 인해

염증을 더욱 촉진했을테니 자가면역성 질환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아보인다.

허리통증을 30대에 호소한 것을 보아하면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인들처럼 젊은 나이로 버텨내며 몸을 막 쓰다

상중의 고기 없는 소찬으로 인해 급속도로 악화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고기 편식이라고들 하지만 그나마 고기 때문에 몸이 버텨내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마지막 축구선수 메시 이야기는… 그닥 동요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채식에 대해 막무가내로 까내리고 싶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마냥 건강한 식단은 아니다.

그래도 채식하면 건강하다고 내 주변에 그런 분들 많다고 하는 걸 보면, 그 분들은 채식 외에도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정크푸드를 먹지 않는 것 혹은 멀리하는 것. 일상 생활 외 가볍게라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 숙면 등등

나쁜 일을 10가지 하며 1가지 좋은 일을 하는 것보다 나쁜 일 1가지를 하며 좋은 일 10가지를 하는 건 천지차이니까.

 

 

결론적으로 조선시대 왕들의 생활/식습관을 살펴볼 수는 있지만

그걸 장수와 관련해서 무언가를 추천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

추천하기 전에 정확한 노년 생활도 알려주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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