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건강을 위해 칼로리 제한이나 저지방 식단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식단이 오히려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는가?
특히, 뇌 기능과 기분 조절에 필요한 영양소의 부족이 우울증과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칼로리 제한 우울증 연관성
학술지 BMJ 영양 예방&건강(Nutrition Prevention & Health)에서 발표한 해당 연구는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에 참여하고 우울증 증상과 관련된 설문지를 작성한 성인 2만 8525명을 대상으로 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칼로리 제한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기분 저하, 무기력, 수면 장애와 같은 우울증 증상을 더 많이 보고했다고 한다.
저지방 식단의 위험성_ 대사 교란의 그림자
저지방 식단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뇌 건강에 필수적인 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섭취를 제한하게 된다.
뇌는 약 60%가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경 전달 물질의 생산과 기능에 지방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지방 섭취가 부족하면 기분 저하, 집중력 감소, 브레인포그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체중 감량과 건강 관리를 위해 ‘저지방 식단’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 선택은 기초적인 생리학적 요구를 무시한 채,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지방을 제한한 식단은 대체로 고탄수화물 식단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혈당 불균형과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지방을 줄이면 자연스레 식이 구성에서 에너지 비율을 탄수화물로 채우게 되는데, 이때 문제는 지속적인 혈당 상승과 인슐린 분비의 반복이다.
탄수화물, 특히 정제된 곡물이나 당분이 많은 식품은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키고, 이에 따라 췌장은 인슐린을 다량 분비해 혈당을 조절하려 한다.
그런데 이 상황이 반복되면, 세포는 점차 인슐린에 둔감해지는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 상태에 빠진다.
이 상태는 단순히 당 대사의 문제를 넘어서서, 우울감, 피로, 식욕 조절 장애, 지방간, 호르몬 불균형 등 다양한 대사 증후군의 출발점이 된다.
인슐린 저항성과 뇌 기능 저하의 연결 고리
인슐린은 단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이 아니다.
뇌에서도 인슐린은 뉴런의 생존, 시냅스의 가소성, 기억력, 감정 조절에 직접 관여한다.
그런데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뇌세포가 포도당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서 ‘에너지 부족 상태’에 빠지고, 이는 곧 브레인 포그, 우울증, 인지력 저하와 같은 증상으로 나타난다.
또한, 고탄수화물 식단은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기분 조절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는 일시적인 혈당 상승으로 인해 기분이 급격히 좋아졌다가 곧바로 저혈당 상태로 급락하며 무기력감과 우울감을 겪는 ‘혈당 롤러코스터’로 이어진다.
스탠포드 의과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인슐린 저항성은 주요 우울 장애의 위험을 두 배로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다.
고탄수화물, 저지방식이 불러오는 연쇄 문제
저지방-고탄수화물 식단의 궁극적인 문제는 만성 염증과 대사 장애의 악순환을 만든다는 점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염증을 유발하고, 염증은 다시 인슐린 민감도를 떨어뜨리는 구조다.
동시에 간에서의 중성지방 합성도 증가하며 지방간 위험이 커지고, 이로 인해 간 기능 저하, 해독력 저하, 피로 누적 등 다양한 문제가 동반된다.
여기에 지방을 제한하다 보면 포만감도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탄수화물 위주의 간식이나 당분 섭취가 늘어나면서 폭식-자책-다이어트 반복의 악순환이 굳어진다.
결과적으로, 정신적 피로, 자기 통제력 상실, 만성 피로감, 면역력 저하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린다.

영양 결핍과 정신 건강
지방과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뇌 기능에 필요한 영양소가 결핍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메가-3 지방산은 뇌의 구조와 기능에 필수적이며, 부족할 경우 우울증과 브레인 포그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지방은 비만과 심혈관 질환의 주범’이라는 오랜 인식에 따라 지방을 극도로 제한하려는 경향이 있다.
대신, 단백질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방을 거의 섭취하지 않은 채 단백질만 과다하게 섭취하는 식단은 오히려 대사와 정신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지방은 단순히 칼로리가 높은 성분이 아니다.
뇌세포를 감싸고 있는 미엘린 수초(myelin sheath)는 대부분이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신경 신호의 전달 속도와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구조다.
또한, 지방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예: 코르티솔,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의 전구체이며, 기분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도파민 시스템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반면, 단백질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서 지방 섭취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토끼 기아(Rabbit starvation)’로 알려진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개념은 단백질 비율이 너무 높은 식단을 지속했을 때 간 기능이 단백질 대사를 감당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로감, 무기력, 불안, 구토,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이는 지방과 탄수화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때 나타나며, 현대식 저지방-고단백 식단에서 의외로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리스크다.
게다가, 지방이 부족하면 지용성 비타민(A, D, E, K)의 흡수 또한 저하된다.
특히 비타민D는 정신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비타민D 수치가 낮을 경우 우울증, 불안 장애, 수면 장애의 발병률이 유의미하게 높아진다는 다수의 관찰 연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지방을 기피하면서 단백질만을 과잉 섭취하는 현대인의 식습관은 뇌 기능 저하, 감정 조절 실패, 면역력 저하, 호르몬 불균형 등의 문제를 동반하게 되며, 이는 단순한 영양 불균형이 아닌 정신건강 전반을 흔드는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대안은 ‘건강한 지방과 균형 있는 식사’
이러한 문제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방을 무조건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닌, 적절히 섭취해야 할 필수 영양소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화지방과 단일불포화지방은 에너지 안정성, 뇌 기능 회복, 호르몬 밸런스 유지에 필수적이며, 특히 지방 기반 식사는 혈당 스파이크를 최소화하면서도 포만감이 오래 유지되어 대사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만들어준다.
단백질과 함께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고, 탄수화물은 식물성 섬유가 적은 원천에서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방식이 신경계, 대사계, 면역계를 모두 지지하는 전략적인 식단이라 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