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섬유 부족하면 문제가 생긴다고요?

며칠 전에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다가 ‘식이섬유가 부족하다면?’이라는 주제를 다룬 것을 보았다.

그 내용으로는 식사 후 1~2시간 내 빠른 허기짐, 돌멩이같은 대변형태, 식사 후 피로감과 졸음, 속이 자주 더부룩하고 복부팽만감이 생긴다 였다.

릴스 캡션 하단엔 당연하게도(?) ㅅㅇ습관이라는 혼합음료 공구 관련 내용이었다.

그런데 과연 이 말들이 사실일까?

식이섬유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걸까?

 

 

 

식이섬유 부족

식이섬유 부족하다면?

해당 릴스에 적혀있던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겠다.

 

식사 후 빠른 허기짐

주장 :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주며, 부족하면 식후에 빨리 배가 고파진다.

주류의학/영양학적으로 보면 맞는 말로 보이지만, 사실 식이섬유 부족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식이섬유가 포만감 유지에 일부 기여할 수 있지만, 이는 단순히 소화관을 채우는 물리적인 역할일 뿐이다.

포만감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는 렙틴 호르몬의 작용이다.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뇌에 포만감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저지방 고식이섬유 식단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경우,

렙틴 분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포만감 신호가 무뎌지게 된다.

이는 과식, 자주 배고픔을 느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고식이섬유 식단이 권장되더라도, 저지방 식단을 지속하면

필수 지방산과 콜레스테롤이 부족해져 호르몬 대사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콜레스테롤은 성호르몬, 비타민 D, 스트레스 대처에 필요한 코르티솔 호르몬 합성에 필수적이다.

콜레스테롤 섭취를 억제하면서 렙틴과 같은 대사 호르몬 기능까지 악화시키는 것은 건강을 해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추가로 ‘최강의 다이어트, 카니보어’라는 책에서는

식물성 섬유질에 수반되는 탄수화물은 인슐린, GLP-1 같은 포만감을 낮추는 호르몬을 급증시켜 배가 고프다는 신호가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재되어 있다.

또한, 49건의 연구를 검토한 또 다른 리뷰 논문에서도

섬유질이 식욕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일관된 증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https://pubmed.ncbi.nlm.nih.gov/28724643/

 

 

돌멩이 같은 대변 형태

주장 : 단단한 대변은 식이섬유 부족의 증거이며, 충분한 섬유질 섭취 시 바나나 같은 부드러운 대변을 본다.

이 또한 부분적으로는 맞다고 볼 수 있지만

수분 섭취 부족, 지방 부족, 장내 환경 이상도 변비나 단단한 대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 중 지방은 장 점막을 부드럽게 하고, 대변이 장을 원활히 통과하도록 윤활제 역할을 한다.

장 건강이 어느 정도 유지된 상태라면, 단단한 대변은 식이섬유보다 지방 부족이 더 큰 원인일 수 있다.

식이섬유는 대변의 부피와 양을 늘려주는 역할을 할 뿐,

이것이 반드시 장 건강을 개선하거나 배변을 원활하게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불용성 섬유질이 지나치게 많으면 장벽에 부담을 주어 변비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한 중재 연구에서는 변비 환자를 각각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는 그룹, 식이섬유를 적게 섭취하는 그룹, 식이섬유를 섭취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 특발성 변비와 관련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인지를 조사했는데 식이섬유 섭취를 중단하거나 줄이는 것이 증상 개선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조사한 항목 중에는 배변 빈도, 배변 시 불편함, 출혈, 복부 팽만, 복통 등이었는데 복통은 섬유질 섭취를 완전히 중단한 환자만 개선 됐을 뿐, 고섬유질식이나 저섬유질식을 계속한 환자는 호전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또 무섬유질군에서는 항문 출혈도 사라졌다고!

 

 

야채 안 먹어도 된다고 했던 이유

 

 

 

 

식사 후 피로감과 졸음

주장 : 식이섬유 부족 시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하여 졸음과 피로를 유발한다.

식이섬유 부족이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근본 원인을 간과한 잘못된 접근이다.

혈당 스파이크는 식이섬유 부족 때문이 아니라 고탄수화물 식이 자체가 문제이다.

고탄수화물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고, 이에 따라 인슐린 분비가 과도하게 이루어진다.

이로 인해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태(저혈당)가 발생하며, 피로감과 졸음을 유발한다.

식이섬유를 추가한다고 해서 고탄수화물 식이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식이섬유를 과하게 섭취하면 소화 불편이나 장내 가스 증가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피로와 졸음을 막으려면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으로 전환해 인슐린 분비를 최소화하고,

지방과 단백질로 안정적인 에너지원 공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당 스파이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은 식이섬유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결국 주류의학과 영양학에서 나오는 결론은 늘 똑같다.

특정 증상이나 문제를 나열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특정 식이 요소를 강조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구조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식이섬유 부족’이라는 문제를 부각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혼합음료를 판매하려는 의도가 명확했다.

이런 방식은 단순히 소비자에게 불안감을 조성해 특정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상술에 불과하다.

 

특히 저탄고지 식단이나 케톤식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왜곡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정확한 케톤식을 유지한다면, 혈당 스파이크 문제도, 장 건강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하지만 이런 점은 무시한 채, 소비자들에게 ‘섬유질 부족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는 메시지를 심어주고, 식이섬유 보충제를 공구 형태로 판매하는 구조는 본질을 흐리는 데 지나지 않는다.

사실상 이런 상품은 케톤식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만드는 99.9%의 상업적 함정일 뿐이다.

 

그러니 보이는 대로만 믿고 따라가는 대신,

육식과 채식 각각의 관점에서 영양학적 원리와 실제 효과에 대해 충분히 공부해보길 바란다.

중립적인 태도로 스스로의 몸과 건강 상태를 이해하고, 본질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첫걸음일 것이다.